예전에 천안 미나릿길에 놀러 간 적이 있습니다. 이유는 벽화를 구경하기 위해서입니다. 한국에 있는 도시의 경우 오래되고 낡은 건축물들이 여기저기 있으며, 대부분 재개발이 되어 사라지지만, 일부는 남겨놓아 벽화를 그려서 관광객 유치를 하거나 보존을 하기도 합니다.
주소: 충남 천안시 동남구 미나릿길 15-8 일대
미나릿길은 처음 방문하므로 네이버 지도를 보고 찾아갔지만, 표기상 주소지와는 달라 주변 상인이나 길을 지나가는 주민들에게 물어봐서 겨우 찾을 수 있었습니다.
벽화가 그려진 골목길에 들어서니 옛 감성이 느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옛날에 아이로 뛰어놀던 때에는 벽화는 없었지만, 시간은 지나도 그때의 감성은 남아있는 듯했습니다.
옛날에는 담장을 만들 때 시멘트 판을 블럭처럼 끼워서 세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내구성이 약하다 보니 세월이 흐르면서 허물어지거나 틀어지는 현상이 발생하는 특징이 있어서 옛날에 지어진 담벼락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벽화가 그려진 골목길을 더 들어가니 다양한 그림들이 눈에 띄였습니다.
벽화들을 보니 과거의 생활상이나 옛 이야기를 담고 있는 그림들이 많았고, 나이가 많은 방문객들은 옛 추억을 회상하는 데 도움이 될 듯 보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벽화가 그려진 담장에는 참다래 넝쿨이 벽화를 보고 싶어서인지, 아니면 세상 구경을 하고 싶어서인지 벽을 타고 넘어와 있습니다. 벽에 그려진 그림과 호흡을 맞춘 듯, 한 폭의 그림이 된 듯합니다.
이에 질새라 담쟁이덩굴도 ‘나도 얼굴을 보이고 싶다’고 말하려는 듯 담장 너머로 나와버렸고, 대추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대추도 맛깔나게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붕 위에는 세월 따라 늙어버린 호박이 ‘나 따가시오’라고 말하려는 것처럼 누렇게 익어 있었습니다.
여기에서 석면 지붕도 보이는데, 70년대만 해도 석면 슬레이드 지붕이 인기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래전에 살았던 사람들은 석면 지붕위에다가 고기를 굽어서 먹기도 했습니다.
미나릿길 안쪽으로 들어가니 하트 모양의 사랑의 열쇠고리들이 보였습니다. 하트 모양에다가 열쇠를 달아놓아서 자신만의 소원등을 빌었을 것입니다.
골목길을 계속 걸으니 다양한 벽화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림을 그려준 화가도 옛 감성을 표현하려고 애를 썼던 모양입니다.
비록 벽화 골목은 그렇게 큰 면적은 아니어서 관람 시간은 길지는 않았지만, 나름 오래전의 감성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던 것 같습니다. 솔찍히 말해서 배가 허기져서 관람을 빨리 마친 것이었습니다. 배고픔을 채우기 위해서 천안 중앙시장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조금 걸어서 차도를 건너니 바로 중앙시장이었습니다. 뭘 먹을까 고민 끝에 국수를 먹고서 시장을 둘러봤습니다. 식당에서 국수를 먹고 나오는데 길바닥에서 고추를 말리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가을의 향기를 물씬 느낄 수 있는 붉은 색깔이었습니다.
시장 구경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어떤 노인분이 밤을 팔고 있었습니다. 공주밤이라는 문구를 직접 적어서 팔고 있었는데, 공주에서 생산되는 밤이 최고지요.
천안에서는 미나릿길이 명성이 있기는 하지만, 한국의 지역마다 벽화를 그려서 이쁘게 단장을 한 곳이 많습니다. 잘 찾아 보신다면 가까운 곳에도 벽화가 그려진 곳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